마트 계산대 대기줄 – 순열과 조합의 이야기
부제: 어떤 줄이 가장 빠를까? 수학으로 고르는 똑똑한 줄 선택법
1. 왜 내가 선 줄만 느릴까? — ‘순열’이 만드는 착시
마트 계산대 앞에서 이런 생각, 한 번쯤 하셨죠?
“또 내 줄만 안 움직여….”
이게 단순 운이 아닐 수도 있어요. 순열(permutation)이라는 수학이 숨어 있기 때문이에요.
● 줄은 ‘사람들의 처리 순서’ 문제
한 줄에 사람 4명이 서 있다면, 계산대가 실제로 처리하는 가능한 순서는 몇 가지일까요?
정답은 4! = 24가지. (느낌: 4×3×2×1)
사람이 5명이면? → 5! = 120가지
사람이 6명이면? → 6! = 720가지
즉, 사람이 조금만 늘어나도 가능한 진행 시나리오(순열)가 폭발적으로 많아져요.
이 많은 경우 중에 “느려지는 시나리오”도 당연히 꽤 섞여 있습니다.
그래서 체감상 ‘내 줄만 유독 느린’ 상황을 자주 겪는 거예요. 느린 시나리오 하나만 만나도 기억에 콕 박히니까요.
● 여러 줄이 있을 때는 ‘조합+순열’
계산대가 3개고, 대기 인원이 6명이라고 해봅시다.
사람 6명을 3개의 줄로 나누는 방법(조합)도 많고, 각 줄 안에서 처리되는 순서(순열)도 많아요.
즉, (사람을 줄에 배치하는 경우의 수) × (각 줄에서 처리되는 순서의 수)가 어마어마합니다.
경우의 수가 커질수록 예상 밖의 지연이 발생할 여지가 커집니다.
결론: “내 줄만 느려 보이는 현상”은 순열·조합이 커질수록 자주 체감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예요. 당신 탓 아님!
2. 빠른 줄의 수학 — “사람 수 vs. 물건 개수” 무엇을 볼까?
줄 선택 요령을 묻기 전에, 계산 속도를 아주 단순한 모델로 생각해볼게요.
- 한 손님당 고정 준비시간: 영수증 시작/마감, 인사, 결제 승인 등 → a 초
- 물건 1개 처리시간: 바코드 찍고 봉투에 넣는 일 → 개당 b 초
- 한 손님의 예상 처리시간 T≈a+b×(물건 개수)
그럼 한 줄 전체의 예상 대기시간은, 내 앞에 있는 모든 사람의 T를 더한 값이에요.
● 숫자를 넣어보자
현실적인 예로
- a=20초 (결제 승인·인사 등 기본 오버헤드)
- b=3초 (물건 하나당 평균 스캔·포장 시간)
두 줄 중에 고른다면:
A줄: 사람 2명, 각 25개씩 → 각자 20+3×25=95초 → 합 190초
B줄: 사람 4명, 각 8개씩 → 각자 20+3×8=44초 → 합 176초
- 물건 총합은 A(50개) > B(32개)라서 당연히 B가 빨라 보여요.
- 주목할 점은 사람 수가 늘어날수록 a가 누적된다는 것.
즉, 손님 수가 많으면 기본 지연이 커진다는 뜻!
● 그럼 언제 “사람 수”가 더 중요할까?
- 물건 개수 차이가 크지 않을 때는 사람 수가 적은 줄이 유리합니다.
(오버헤드 a가 여러 번 누적되기 때문) - 물건 개수 차이가 매우 클 때는 물건이 적은 줄을 고르는 게 맞습니다.
(개당 시간 b의 누적이 훨씬 커져요)
● 현실 체크리스트(초간단)
- 사람 수 먼저 훑어보고,
- 장바구니 대략 개수 확인,
- 카드/현금, 계산 숙련도(현금·상품권·쿠폰 많으면 지연↑),
- 직원 숙련도(신속 스캔, 포장 지원 여부)를 보세요.
한 줄 요약: “사람 수 × a + 총 물건 수 × b”가 작은 줄이 빠르다.
3) 실전 전략 — 똑똑하게 줄 서는 7가지 팁
① 한 줄(지그재그) 시스템을 우대
은행·공항처럼 하나의 대기줄 + 여러 카운터(지그재그/뱀줄) 구조가 보통 더 공정하고 빠릅니다.
이유: 특정 느린 캐셔를 모두가 공평하게 만나게 되어, 개인이 느리는 리스크가 줄어요.
경우의 수 관점에서도 불운 시나리오에 붙잡힐 확률이 낮아집니다.
② 사람 수 vs 물건 개수의 균형
손님 수가 많은 줄은 a가 여러 번 반복 → 느려질 가능성↑
물건이 압도적으로 많은 카트가 하나라도 보이면 피하세요. (대형 카트 1대 = 소형 카트 2~3대 체감)
③ 결제 복잡도 체크
현금, 상품권, 포인트 전환, 쿠폰 스캔이 많아 보이는 손님은 a 를 키웁니다.
간단 결제(카드/간편결제) 비중이 높은 줄이 보통 더 빨라요.
④ 직원 숙련도/캐셔 지원
스캔이 빠른 직원, 포장을 함께 도와주는 보조 인력이 붙은 카운터는 b가 작습니다.
초보 직원이거나 교육 중 표지가 보이면 살짝 피하는 게 현명.
⑤ 줄의 ‘깊이’보다 ‘앞사람 프로필’
앞사람 1~2명의 장바구니·결제 스타일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요.
“앞사람이 누구냐”가 “줄 전체 길이”보다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.
⑥ 장바구니 개수는 뭉뚱그려 세기
정밀계산은 불가능하니, 소형(≤10개)/중형(≈20개)/대형(30개↑) 정도로 눈대중.
대형이 끼어 있으면 해당 줄은 패스.
⑦ 줄 변경은 신중하게
옮기는 순간, 앞사람 교체로 a를 리셋시키는 꼴이 될 수 있어요.
명확하게 불리해졌다고 판단되지 않으면, 줄 바꾸기보단 유지가 심리·시간 모두에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.
보너스: 왜 “빨라 보이는 줄”은 금방 느려질까?
● 확률의 잔상 효과: 빠르게 움직인 순간은 금방 잊고, 멈춘 순간은 오래 기억합니다.
뇌의 편향 때문에 느림만 더 크게 체감돼요.
● 긴 줄의 변동성: 순열이 많아질수록 예측이 어려워지고, 작은 변수(가격문의, 바코드 오류, 반품)가 체감 속도를 확 뒤집습니다.
수학적으로 보면, 가능한 시나리오(순열·조합)가 많아질수록 드문 사건(지연)이 어느 줄에서든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,
그때 “하필 내가 선 줄”에서 벌어지면 강하게 기억되는 거죠.
한 페이지 요약
● 줄 속 수학:
- 한 줄 사람 6명 → 처리 순서 6!=720가지. 경우의 수가 커질수록 “예상 밖 지연”이 잦다.
● 빠른 줄 모델:
- 손님당 시간 T≈a+b×(물건 수)
- 내 앞의 사람 수 × a + 총 물건 수 × b 가 작은 줄이 빠르다.
● 실전 팁:
- 한 줄(지그재그) 시스템 선호, 사람 수와 물건 수를 함께 보라, 결제 단순·숙련 캐셔를 골라라, 무작정 줄 변경은 신중히.
다음에 계산대 앞에서 망설여진다면, 이렇게만 떠올려 보세요.
“사람 수 × a + 물건 수 × b 가 작은 줄!”
수학은 오늘도 조용히 여러분의 시간을 아껴줍니다. ⏱️